머리말
이 책은 최근에 필자가 한국어 한자어 및 한자어 교육에 관해 연구한 논고를 엮은 논문집이다. 한자어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한자어의 단어 형성, 구조를 중심으로 많이 되어 있으며, 그것들은 국어 형태론 안에서 다루어져 왔다. 국어 형태론 안에서 이루어진 한자어 연구들은 고유어의 문법 체계 안에서 부분적으로 다루어졌거나 혹은 고유어와의 異同에 주안점을 둔 연구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한 기존 연구의 성과는 중국어권 학습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어교육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가 하면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기존 연구들의 논점이 중국어권 학습자들이 가려워하는 곳을 직접 긁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한국어교육에서 접하게 되는 대다수의 한자어는 한중 동형어이다. 이 책의 연구 자료에 의하면 한자어 1724개 중 그 대다수가 한중 동형어이다. 이는 한자어의 단어 형성에 있어서는 중국어권 학습자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한자어의 단어 형성, 구조는 국어의 어휘 체계 상 고유어와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이지 중국어권 학습자 대상 한국어교육으로서 중요한 과제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중국어권 학습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어교육 현장에 서 있는 필자로서 한국어교육에서 직면하는 한자어 관련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 연구이다. 한국어의 한자어는 고유어의 문법 체계에 동화된 면과 아울러 중국어 고유의 특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따라서 중국어권 학습자들은 자신의 모어와 한자어의 형태, 의미, 용법 등의 차이로 인해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한류의 열풍과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 등의 영향으로 인해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 내 중국어권 유학생들이 급증하고, 이에 발맞추어 중국어권 학습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어교육의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한 흐름 속에서 중국어권 학습자 대상 한자어 관련 연구도 속속 나오고 있다. 그런데 중국어권 학습자 대상 한자어 관련 연구는 그 주제가 의미적인 측면에 치우쳐져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지금까지 심도 있게 연구되어 오지 못한 영역인 외국어교육으로서의 한자어의 문법적인 측면을 직접적으로 다룬 논문집으로서 연구 의의가 있다 하겠다.
본 연구는 외국인 학습자의 한국어교육 관점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본 연구(1장-4장)에서 사용한 자료는 외국인 학습자들이 학습 환경에서 자주 접할 가능성이 높은 국립국제교육원(2003) “한국어 학습용 어휘 목록”에서 추출된 한자어이다. 연구 방법은 각 주제에 맞추어 몇 가지 방법을 사용했는데, 공통점으로는 필자 자신의 직관에 의해 만들어낸 예문을 통한 기술이 아니라 말뭉치 혹은 사전을 이용하여 객관적이며 계량적인 측면에서 분석 기술하고자 했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 第一部에서는 한국어 한자어의 연구, 第二部에서는 한국어 한자어 교육 관련 연구이며,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4개의 장은 아래의 학술지에 수록된 논고이며, 제4장과 제6장은 이 책을 위해 집필한 것이다. 학술지에 이미 수록된 논문(1장, 2장, 3장, 5장)은 책으로 엮으면서 가필하거나 수정한 부분이 다소 있으나 전체적인 내용은 다르지 않다.
<제1장>
李京保(2016), 한국어 한자어의 문법적인 특징 및 쓰임의 양상,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 45집, pp.191-221 [KCI登載]
<제2장>
李京保(2018), 한‧중 동형어 쓰임의 異同 연구, 『이중언어학』 73호, 인쇄 중 [KCI登載]
<제3장>
李京保(2017), 한국어 한자어에서 ‘이다’ ‘하다’ 가 결합하는 양상,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47집, pp.213-240. [KCI登載]
<제5장>
李京保(2018), 대만인 학습자에게서 나타나는 한자어 오류 연구,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50집, pp.175-201. [KCI登載]
사실 4년전 한자어 연구에 처음 발을 내디뎠을 때는 매우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섰다. 가볍게 들어선 한자어의 세계는 상상 외로 복잡하고 미지의 세계로 느껴졌다. 그러나 분석 자료들이 하나 둘 정리가 되고 축적이 되면서 미지의 세계로 느껴졌던 한자어가 호기심의 대상으로 변했고 나아가 연구의 의욕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그렇게 해서 연구된 것들이 第一部에 엮어 있다. 第二部의 제5장은 내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쓰기 수업 자료에서 정리된 학생들의 한자어 오류에 대한 연구이다. 제5장의 연구는 이 책에 엮어져 있는 논고들이 나오게 된 계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학습자들이 범하는 오류를 눈 앞에 두고 왜 이런 오류가 나올까 끝없는 질문을 내게 던지곤 했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나선 것이 제1부의 연구들이다. 한자어 연구는 중국어권 학습자 대상 한국어교육 연구에서 주요 연구 과제임에 틀림이 없다. 따라서 한자어 연구가 어디까지 되어 있는지 현주소를 알고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향후 균형잡힌 연구가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들어 연구한 것이 제6장이다. 중국어권 학습자를 위한 한자어 연구는 지금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도 더 이어지리라 생각한다.
이 논문집이 출판되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국제학술회의 자리에서 귀중한 조언을 주신 동경외국어대학교의 남윤진 은사님, 국립정치대학교의 박병선 선생님, 중국문화대학교의 김선효 선생님를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각 장의 논고들을 학술지에 투고했을 때, 그리고 이 책의 출판 심사를 해주신 익명의 심사위원님들께서 고견을 많이 주셨다. 그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리고 각 장의 연구들은 손이 많이 가는 연구들이어서 자료 정리에 심영정 학생, 정희 학생들과 중국어 번역에 구가군 학생의 도움이 있었다. 이 책에 실려 있는 연구들은 2015년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해외한국학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으면서 시작되었고, 2016년 5월부터 2019년 4월까지 3년간의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을 통해 한국학 씨앗형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것 만큼 이러한 지원들이 본 연구의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이 자리를 빌어 깊은 감사를 드린다. 끝으로 출판을 맡아 주신 翰蘆圖書出版社와 정성스레 편집해 주신 편집부 직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2018년 12월
이 경보